2016년은 “카페에 가면 최순실 얘기만 한다”, “요즘은 예능보다 뉴스가 더 재밌다”라는 말이 돌 정도로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한 해였다. 대한민국 정치 역사에서 큰 터닝포인트라 할 수 있었던 2016년, 그 중심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높인 청년이 있었다. 정치에 한 걸음 발을 내딛는 청년들의 행보를 살펴봤다.

 

 

청년들이 다시 깨어나고 있다. 과거 청년들은 대통령,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가장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지만, 올해는 다르다. 전문가들은 올해 대통령 선거(이하 대선)에서 가장 큰 변수는 20대라는 통계를 내놓았고, 정치권에선 청년들을 주목하고 있다. 청년은 다시 대한민국 정치의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청년이 걸어온 정치

청년은 과거 한국 정치의 주체였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한국사회 민주화를 이끈 운동의 중심에는 청년이 있었다. 그 첫 시작은 1960년 4월 혁명이다. 4월 혁명의 처음과 중심엔 청년이 함께했다. 4월 혁명은 ‘2·28 경북 고등학생 시위’로 시작됐으며, ‘4·19 민주항쟁’을 촉진한 ‘4·18 고대 시위’는 고려대학교 학생 3,000여 명의 참여로 이뤄졌다. 4·19 민주항쟁 당시는 전국 각지 대학생이 거리로 나섰다. 4월 혁명은 해방 후 처음으로 학생이 주체가 돼 기성 정권을 타도하는 데 성공한 사례로 60년대 이후 학생운동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어주었다.
청년의 주권 찾기는 더욱 활발해졌다. 1972년 유신체제 수립 이후,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 시대는 학생운동의 격변을 일으켰다. 당시를 정명순(경기도 남양주시 53) 씨는 이렇게 회상했다. “시위를 할 때면 보도 블록을 깨서 던지기도 하고 지금과 달리 폭력적 시위였다. 학교에서는 대자보 붙이고 사회과학, 인문학책을 돌려 읽기도 하고 재야계 인사들 강연을 듣기도 했었다.” 김취균(전남 목포시 48) 씨는 “고등학생 시절 전경들과 시위대가 대치해 있었는데 최루탄과 화염병들이 왔다 갔다 하며 눈물과 콧물로 얼굴이 뒤덮인 채 뛰어다녔다”라며 “너무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세상이라 느꼈었다. 자녀세대에는 겪지 않는 세상이 오길 바라는 마음이었다”라고 말했다. <해방 후 한국학생운동사>는 70년대 학생운동을 민주주의의 전진과 그 궤를 같이했다고 평가한다.
역사의 큰 폭을 차지했던 청년은 정치에서 멀어져갔다. 이는 당시 사회적 상황과 관계가 깊다. 1987년 민주화 투쟁을 끝으로 1990년대 한국 사회는 절차적 민주주의 시대를 맞이했다. 절차적 민주주의와 더불어 IMF로 인한 취업난과 개인주의적 사회 분위기가 공존했다. 절차적 민주주의와 취업난은 청년의 정치 참여 저조에 일조했다. 동덕여자대학교 교양학부 홍원식 교수는 “1990년 당시 청년들은 사회에 불만이 있었겠지만, 절차적 민주주의와 같은 사회적 시스템으로 자신들의 요구가 반영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정치 참여에 대한 적극성이 덜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기조로 2000년대 청년 또한 정치에 큰 참여를 보이지 않았다. 2000년대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에서 세대 중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오랜 기간 침체돼있던 청년층의 정치 참여는 최근 다시 반등에 성공했다. 청년이 사회에 가진 불만을 표출하며 정치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홍 교수는 “우리 사회구조적, 경제적인 부분에서 문제를 느끼고 있던 청년층이 이명박, 박근혜 보수정부에 들어서면서 광우병 사태, 방송을 막는 등 언론 탄압 등을 경험하며 분노 같은 것이 쌓였던 것 같다”라며 “세월호부터 작년 한 해 최순실 게이트 등 사회문제들로 그 분노가 폭발하며 청년들의 정치적 참여가 급증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런 정치적 관심이 투표로 보여진 것은 20대 국회의원 선거(이하 총선)였다. 20대 총선의 전체 투표자 중 20대 투표율은 49.4%를 차지했다. 이는 18대 28.1%, 19대 총선 41.5%에 비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청년의 큰 움직임도 있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에서 청년의 참여가 돋보였다. 전국 각지 대학생들은 시국선언문을 작성해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12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50여 개 총학생회와 청년 4,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청년학생총궐기’가 열렸다. 학생들은 계속되는 행진과 자유발언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였다.
앞으로 청년의 정치 참여 의지는 더욱 높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실시한 신년 여론 조사에서 ‘조기 대선이 열리면 투표할 생각입니까’라는 질문에 20대의 ‘92.2%’가 ‘투표하겠다’고 답변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로 최근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이화여자대학교 학생 이서정(경기도 남양주시 23) 씨는 “작년에 바뀔까 하던 것들이 바뀌면서 정치적 효능감을 느꼈던 한 해였다”라며 “내년이 처음 투표하게 되는 대선인데 이전과는 달랐으면 하는 마음으로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유심히 살피며 투표에 꼭 참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정치권은 청년 구미 맞추기에 한창이다. 19대 대선을 앞둔 대선 후보들은 청년을 겨냥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복지 관련 공약이 주를 이뤘던 18대 대선과 달리, 이번 대선 후보들은 청년실업과 일자리 창출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2월 4주차 집계 기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대선후보 중 지지율 1위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근로시간 단축 ▲*공정임금제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 공약을 내세웠다. 지지율 2위 안희정 충남지사는 ▲기업 투자 촉진 ▲사업구조 개편으로 일자리 환경 개선 공약을 발표했다. 지지율 3위를 차지한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기본소득제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창출 공약을 내걸었다. 취업준비생 권승훈(경기도 수원시 25) 씨는 “박 대통령 탄핵과 다가오는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자들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라며 “그들의 정책과 공약들이 취업난과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것들이기를 바란다”라고 대선후보들의 청년 공약에 큰 기대를 표했다.
대선후보들은 일자리 공약 외에도 청년층을 공략할 맞춤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문 전 대표는 ▲군 복무시간 단축 공약을, 이 시장은 ▲청년 배당 정책을 주장했다. 공약뿐 아니라 안 지사와 이 시장은 청년이 주 시청자인 모바일 방송 ‘숏터뷰’에 출연하는 등 청년과 소통하며 청년층 표심 잡기에 나섰다.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명호 교수는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서 대선후보들이 청년들을 위한 공약을 내고 소통하는 등 청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치 주체들 나이 점차 낮아져

정치에 관심을 두고 참여하고자 하는 연령층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학생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10대들의 민주주의 모임을 표방하는 ‘틴즈디모(TeensDemo)’는 지난 1월 11일 선거연령 하향을 촉구하며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만 18세 청소년에게 대선과 총선, 기초단체장 선거에 대한 투표권을 부여할 것 ▲만 16세부터 교육감 선거권을 부여할 것 ▲청소년의 정당 가입 허용 ▲정치 참여를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할 것 등 네 가지가 청소년들에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틴즈디모의 부석우(경기도 성남시 19) 군은 세월호 때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여러 청소년 단체 활동을 하다가 틴즈디모에 들어가게 됐다고 했다. “세월호 때 정치의 문제가 생명의 위협을 갈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최순실 게이트 때는 사회에서 공부 열심히 하면 잘 산다는 어른들 얘기와 달리 지금 잘 살았던 사람은 공부하고 노력한 사람이 아니라 엄마 잘 만나서 말 타고 다니는 사람이였잖아요. 배신감 같은 걸 많이 느꼈죠”라고 말했다. 이어 부 군은 “민주주의에선 많은 사람이 의사소통에 참여하면 할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18세 투표권도 그런 의미의 연장 선상에 속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18세 투표권이 주어지고 실효성을 띄기 시작하며 청소년 참정권 확대와 정치에 대한 무관심 타파에 대한 과정으로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뜻을 밝혔다.
한편, 18세 투표권을 두고 여야와 교육계에서 찬반 공방은 치열하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는 만 19세 이상 선거 가능으로 법에 명시된 선거연령을 만 18세 이상으로 하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선거권 연령기준 관련 의견표명’을 통해 “민주화와 교육수준의 향상, 급속도로 발전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인해 각종 정보의 취득 및 교류가 훨씬 쉽고 활발하다”라며 “18세라면 독자적인 신념과 정치적 판단으로 투표할 수 있는 능력과 소양을 갖췄다”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충분한 교육계의 의견 수렴과 검토, 보완책이 마련이 선행돼야 하며 섣불리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만 18세가 대부분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후보자 검증 등 정치적 기본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정치, 올바르게 참여해야

청년의 높아진 정치 참여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점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이창호 씨의 논문『소셜미디어가 대학생들의 정치효능감, 정치 관심 및 투표참여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따르면 온라인 공론장, 블로그, SNS와 같은 온라인 미디어는 청년의 정치 참여에 간접적 영향은 있으나 직접적 영향이 존재하지 않는다. 온라인 미디어는 유권자의 투표에 대한 태도를 간접적으로 매개하거나 조절할 수는 있지만 직접 변용하는 변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신문, 티비뉴스와 같은 전통매체 이용에 온라인 미디어의 이용을 곁드는 식으로 정치적 지식을 흡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더불어 온라인 미디어를 통한 정보 흡수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홍원식 교수는 “청년들이 정보를 많이 접하는 온라인 미디어의 무분별한 정보들이 존재해 정치지식을 갖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라며 “신문, 책 등 전통매체와 함께 여러 가지 방안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정보를 접하는 것이 중요하고. 균형감각이 중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박명호 교수는 “정치에 올바른 태도를 가지기 위해선 사회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것과 불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투표를 통해 근본적인 정치 참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임금제: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대기업과 정규직 노동자의 8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를 줄여 공정한 노동시장을 만들기 위함이 목적이다.
*기본소득제: 재산, 소득, 고용 여부 및 노동 의지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소득분배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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