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문제는 한동대 학생들의 단골 민원이다. 지난달 13일 토레이RC 대표는 비전관 거주 학생들의 소음 관련 민원이 계속되자 교내정보사이트 히즈넷(HISNet)에 소음 관련 건의문을 게재했다. 이번 학기만의 얘기가 아니다. 역대 자치회는 침묵시간 규칙 준수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느끼는 소음을 객관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데시벨(dB)을 측정해봤다. 모든 장소에서 소음 진동 관리법 시행 규칙의 기준치(이하 소음 기준치)보다 높은 수치가 측정됐다.

▲ 김정은 일러스트기자 kimje@hgupress.com

공사 소음에 눈뜨는 아침

평소보다 이른 시간, 알람 소리에 겨우 몸을 일으켰다. 나갈 준비를 마치고 휴대폰을 들여다보니 오전 8시. 아침부터 시작되는 공사현장 소음을 측정하기 위해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비전관 뒤, 문제의 소음원이 있는 전 에벤에셀관 리모델링 현장이다. 해당 공사는 오전 8시부터 시작돼 비전관 거주 학생들의 단잠을 깨웠다. 오전 8시 17분, 큰 철문이 세워진 비전관 뒤에서 공사 현장 소음을 측정했다. 데시벨 측정 결과 최고 69.6데시벨이 나왔다. 본격적으로 소음이 발생하는 작업은 시작하지도 않은 시간임에도 공사현장 소음 기준치 55데시벨을 넘겼다.
본래 오전 7시부터 시작되던 공사는 최근 학생들의 민원으로 인해 8시로 미뤄졌다. 또한, 소음이 심한 작업은 오전 9시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시공사와 생활관운영팀 간 합의가 끝났다고 한다. 생활관운영팀 이종만 팀장은 학교 당국이 몇 차례 항의한 끝에 공사 시간이 조정됐다고 말했다. 자치회 안재홍 회장은 “최근 에벤에셀 공사 관련 소음문제의 심각성은 저희 자치회도 잘 알고 있다”라며 “자치회와 생활관운영팀은 매주 소음 시간을 지켜달라고 공문을 보냈고, 특별히 아침시간 소음문제를 주의해달라고 시설팀에 요청했다"라고 말했다. 오전 9시, 공사로 인한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9시 43분 소음 측정 결과 최대 67.5데시벨로 1차 측정 결과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많은 학생들이 잠에서 깨지 않았을 시간이지만, 비전관의 아침은 고요함과 거리가 멀었다.

티끌 모여 소음 된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느헤미야 홀에서 학생회관까지 걸어오는 길은 점심을 먹으러 가는 학생들로 복작였다. 공복감이 느껴지는 점심 시간대, 맛있는 냄새를 따라 걷다 보니 복지동 주변에 다다랐다. 세련된 복지동에 음식점이 하나둘 들어선 지 어언 석 달 째, ‘GS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거나 ‘빨간 너구리’, ‘대학라운지’를 이용하려는 학생들이 복지동을 들락거렸다. 삼삼오오 모여 하용조관 앞 광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을 보자 캠퍼스의 활기가 느껴졌다. 오후 1시 29분, 하용조관 정문 앞에서 복지동을 향해 데시벨을 측정했다. 72데시벨. 옥외 소음 기준치인 65데시벨을 넘는 수치다. 지나가던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모였을 뿐인데 꽤 큰 소음이었다. 점심시간 소음마저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이 골치 아프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휴식을 취하기 위해 기숙사에 들어온 학생들이 겪을 불편을 생각하니 당연한 배려겠다 싶었다. 기자도 하용조관 거주 학생들을 위해 말소리를 줄인 적은 없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용조관에서 벌어지는 소음 문제는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다른 생활관에 거주하는 학생들 또한 매번 다양한 소음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용조관에서 조금만 걸음을 옮기면 소음의 중심, 로뎀관과 벧엘관 사이가 나타난다. 매점 올라가는 길, ‘매올길’을 따라 걷다 매점 앞에 위치한 로뎀관 옆쪽 비상문 앞에 섰다. 매점을 이용하고 나온 학생들로 늘 북적이는 곳이다. 점심시간인 오후 1시 33분, 평균 65.2데시벨, 최대 75.5데시벨이 측정됐다. 편의시설이 있는 곳마다 한동대의 소음이 따라다녔다.

‘침묵’시간 맞나요?

저녁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데 벌써 밤이 찾아왔다. 오후 11시, 한동대 모든 생활관에서 점호와 동시에 침묵시간이 시작된다. 침묵시간은 오후 11시부터 오전 5시까지 생활관 거주 학생들을 위해 침묵을 지키는 시간이다. 주로 밤을 보내던 신문사를 벗어나 오랜만에 기숙사를 찾았다. 생활관 정문을 드나드는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심야’가 사라지고, ‘외박’을 쓰지 않아도 오전 1시까지 활동이 자유로워진 16-2학기 이후 부쩍 늦은 밤 유동인구가 는 것 같았다. 생활관 앞에는 친구를 기다리는 듯한 학생들도 있고, 급하게 걸음을 옮기는 학생들도 있었다. 은혜관 정문 앞에서 야외공연장으로 갈 수 있는 길을 향해 데시벨을 측정해봤다. 11시 22분, 최대 67.3데시벨이었다. 은혜관 주변은 편의시설과 비교적 멀리 떨어져 생각보다 소음이 심각하지 않았음에도 야간 소음 기준치인 60데시벨을 넘겼다. 밤 시간대 매점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많은 벧엘관과 로뎀관 사이에 가봤다. 데시벨 측정기를 켜자마자 64.5데시벨이 화면에 찍혔다. 최고 소음은 11시 33분, 67.4데시벨로 측정됐다. GS편의점이 문을 닫기 직전인 오전 12시 57분, 하용조관 정문에서 최고 63.2데시벨이 측정됐다.
아침부터 밤까지 생활관 거주 학생들은 끊임없이 소음에 시달리고 있었다. 현재 하용조관 거주 중인 윤혜주(상담사회 15) 씨는 “(소음 문제를) 아주 많이 겪었다. 소음 때문에 건의도 많이 해봤지만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라며 “한동대 대신전해드림이 그나마 많이 학생들이 보기에 그곳에 침묵시간이니 조용히 해달라고 제기했다”라고 말했다. 윤 씨는 소음의 주된 원인으로 침묵시간 중 편의점 이용, 늦은 밤 하용조관 앞 계단 앞에 모이는 경우, 그리고 11시가 넘어서 끝나는 팀 축구경기 등을 꼽았다. 평소 소음에 예민하다는 윤 씨는 민원을 넣어도 달라지는 것이 없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그냥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자치회 안 회장은 “행복관 내에서는 방음이 잘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행복관 내 소음문제는 받은 적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습공간이 부족해서…”

생활관 주변을 벗어나 신문사 복귀를 위해 학생회관으로 향했다. 학생회관 후문을 열자마자 여기저기서 쿵쾅거리는 음악 소리가 들렸다. 꽤 늦은 밤이었지만 학생회관의 열기는 뜨거웠다. 음악 소리가 들리는 곳은 다름 아닌 물음표 카페 앞. 학생회관 2층에는 공연 동아리 등의 연습을 위해 1개의 밴드 연습실과 지하연습실, 4개의 CCR(Culture Creation Room)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웬일인지 학생들은 물음표 카페 앞 복도에서 연습을 이어가고 있었다. CCR 시트 예약이 다 차버려 복도로 나온 것이다. 운동 동아리에 소속된 A 씨는 “학교 내에서 연습공간이 부족해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복도에서 연습한다)”라고 말했다. 학기 초 열리는 동아리 전체 회의에서 공연 동아리끼리 CCR 예약 시트를 분배하지만, 모든 동아리가 충분히 연습하기엔 절대적인 공간이 부족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회관 2층은 연습 소리로 늘 시끌벅적하다. 댄스 동아리 소속 B 씨는 “(동아리) 기수가 두 개로 나뉘어서 연습하기 때문에 그 학기에 공간을 한 곳만 갖게 된다면 물까(물음표 카페) 앞을 이용하게 되는 거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음악 소리는 늦은 밤 온 학생회관에 울려 퍼졌다. 학생회관 좌측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서 소음을 측정한 결과 최고 수치 86.1데시벨이 나왔다. 동일한 건물 내에서 날 수 있는 소음 기준치인 45데시벨을 한참 넘긴 수치다. 17년도 총동아리연합회(이하 총동연)는 하용조관 공간을 확보해 연습장소로 사용하는 것을 계획했지만, 임기 시작 전 이미 하용조관 공간 배치 논의가 종료된 상태였다. 총동연 박은준 회장은 “학관과 붙어있는 행복관에서도 밤늦은 동아리 연습에 소음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있어 현재는 공간 확보보다는 방음벽 설치 문제를 고려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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