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은 ‘4차 산업혁명’을 체감하는 시간이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향후 세계가 직면할 화두로 4차 산업혁명을 선정했으며 컴퓨터인 알파고가 프로 바둑 기사를 이겼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한동대에도 교육적 변화가 있었다. 세 트랙으로 이뤄진 ICT창업학부가 신설됐으며 이번 학기에는 소프트웨어(SW) 중심대학으로 선정됐다. 새로운 분야의 지식을 가르쳐줄 스승 또한 도착했다. 인공지능을 전공했고 딥러닝(Deep Learning)을 연구하는 최희열 교수다.

최희열 교수는 일반 기업체 연구원으로서 딥러닝을 강의하다 지난 학기 한동대 전산전자공학부 교수로 왔다. 그는 정보통신대학원과 기타 세미나 등을 통해 딥러닝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그가 이야기하는 교육과 딥러닝, 그리고 한동에 대해 들어봤다.

▲ 오피스에 앉아 있는 최희열 교수. 새로운 세상을 여는 기술, '딥러닝'의 전문가다. 최용훈 사진기자 choiyh@hgupress.com

가르치는 일이 좋았던 그, 교편을 잡다

Q 일반 기업체에서 일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대학교수로 오게 되셨나요?

회사에 있으면서도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가르치는 게 학생들이 대상이 아니라 주변 연구원들 아니면 외부 세미나? 저는 앞에 나가면 굉장히 쑥스러워하고 가능하면 사람들이 나한테 주목을 안 했으면 좋겠고 그런데도, 앞에 나가서 제가 잘 아는 것을 얘기해주는 것은 재밌어요. 회사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하면 이윤 추구를 할까’가 목적이 돼야 하는데 그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 분야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이런 부분이 더 관심이 많았던 거 같아요. 회사에서도 그런 것들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었어요. 많은 연구 분야들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역할이 제 역할이어서, 그 당시에는. 그런데 회사는 계속 그렇게 일을 할 수는 없거든요. 제 역할이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Q 교수님의 교육 신념에 대해 들어볼 수 있을까요?

교육이라는 거는 학생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성인이잖아요. 나는 학생들보다 먼저 이 분야를 공부한 거지 학생들보다 훌륭한 건 아니잖아요. 제가 알고 있는 걸 전달해주는 건데, 전달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저는 수업시간에 구글 검색하는 것도 장려하는 편이에요. 교수도 틀릴 수가 있잖아요. 교수가 하는 이야기가 자기가 아는 이야기가 다를 때 교수가 하는 이야기를 무턱대고 “예스(Yes), 아멘” 이게 아니라 '어? 내가 생각하기엔 좀 다른데?'하면 다르게 생각해볼 수도 있는 거예요. 학문이라는 것은 그렇게 발전해나가는 거예요. 원래 있었던 이론(Theory)에 대해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대가가 한 이야기에 대해서도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하고 뒷조사를 해보는 거, 학문이라는 건 그렇게 발전하는 거예요.

한동에서 만난 사람, 사랑

Q 한동대에 오기 전 생각하셨던 것과 오고 나서 느끼셨던 것이 같았는지 궁금해요.

기대랑 현실은 다른 거 같아요. ‘나쁘다 좋다’ 보다 다른 것 같아요. 처음에 한동대를 올 때는 꿈을 가지고 갔어요. 수업 준비 열심히 해서 수업하고, 대학생들과 이런 저런 얘기하고, 책도 많이 읽고 학생들과 공유하고. 마치 대학교 청년부 같은 느낌? 그런 느낌을 가지고 처음에 왔죠. 그래서 주중에는 수업 준비하고 주말에는 해변에 커피숍에서 책도 읽고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왔더니 제가 바쁘다는 말을 하기도 미안할 만큼, 다른 교수님들이 너무 바쁘세요. 제가 삼성에서 바빴던 것보다 몇 배나 더 바쁘신 것 같아요. 한동대학교의 매력 중 하나인 팀이나 학생들과의 관계도 당황스러워하는 것 중 하나예요. 나쁘다는 게 아니고, 저 같은 경우에도 학교에 계속 있었지만 학부 때는 지도교수님이랑 만날 일이 없었어요. (제가) 학부 때 교수님을 만나 이야기해본 적이 없는데 도대체 뭘 해줘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얘네들의 고민이 뭐고, 원하는 게 뭐고, 찾아왔을 때 뭘 해줄 수 있고. 학생들이 쉽게 쉽게 찾아오잖아요? 그게 한동대 장점인데. (내가 얘네들한테) 뭘 해줘야 하지? 그래서 이것저것 말을 많이 해줄 때가 있는데 괜히 잔소리만 했나, 노파심에서.

Q 한동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얻은 거는 약간. 와이프를 얻었죠(웃음). 신문에 그런 얘기 좀 민망하니까. 따뜻함 같은 것이 있죠, 한동대에는. 기본적으로 회사와는 다르게. 정? 따뜻함, 그리고 와이프? (웃음) 그다음에 오피스. 회사에 있을 때는 임원들도 오피스를 따로 안 주거든요. 오피스가 있다는 것도 굉장히 얻은 것 중 하나. 너무 물질적인가? 와서 친해진 교수님들로는 (와이프인) 우 교수님 제외하고 나면 (같은) 학부 신임교수님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물론 시니어 교수님하고도 친하긴 한데, 아무래도 (신임교수님들과) 상황이 비슷하니까 더 공유되는 건 있죠. 그다음에 새로 오신 교수님. 같은 학부 교수님들은 아니시고. 이희진 교수님, 남지혜 교수님, 김창욱 교수님, 한다성 교수님 이렇게 다섯 명이 같이 왔거든요.

Q 실례지만 우진하 교수님과 어떻게 만나시게 됐는지 간단하게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게 제일 궁금하겠죠? 학교 와서 처음 만났죠. 이런 얘기 해도 되나? 나쁜 이야기는 아니니까. 학교에 교수님들 모임이 되게 많아요. 신임 교수님들, 온 지 2~3년 된 젊은 교수님들, 싱글 교수 모임…. 그중 하나가 싱글 교수 모임인데 거기서 처음 만나게 됐죠. 교수님들도 다 비슷비슷하거든요. 우 교수님이 생일 되면 축하해주고, 생일 관리 같은 거 하고. 총무 역할을 좀 했었죠. 그래서 ‘생일이 언제세요?’ 카톡을 좀 하고. 식사도 하고. 그러다가 결혼도 하고 그랬죠.

딥러닝을 가르치다, 최희열 교수

Q 딥러닝(Deep Learning)을 강의하고 계시는데, 딥러닝이라는 분야가 비전공자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학생들에게 좀 더 와닿게 설명해줄 수 있으신가요?

저에게 얼마나 시간을 주실 건가요? (웃음) 의료분야의 예를 들면 기침을 하고, 체온은 얼마고 어떤 증상을 보이면 감기라는 룰(Rule)이 있죠. 룰이 있는 예는 많죠. 사과 같은 경우도 보면 무게가 얼마 이상이면 특상, 색깔이 얼마 이상이면 특상. 그런데 러닝(Learning)이라는 것은 룰이 있는 게 아니라 중, 하 레이블이 있는데 왜 이 사과는 중인지, 하인지 기계가 찾아내는 거예요. 그걸 학습한다고 하거든요. 이렇게 간단하게 학습할 수 있는데, 딥러닝이라는 것은 간단한 모델들을 여러 개 겹쳐서 전체를 하나의 모델로 하고 보는 것이에요. 정리하자면 러닝은 모델이 주어졌을 때 그 모델의 변수(Parameter)를 찾아내는 것. 룰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이 모델을 훨씬 더 딥(Deep)하게 쌓아서 복잡하게 만들고 학습하게 만들면 딥러닝이 되는 거죠.

Q 알파고, 인공지능, 구글 자동차 등 딥러닝이 많은 주목을 받는 동시에 기계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많이 제기됐어요. 이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우려할 것이 없다고 봐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려할 것이 없는 게 기계가 할 수 있는 것은 반복적인 일들, 문제가 딱 정의되어 있는 일들. 훅 들어오니까 깜짝 놀라긴 하는데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에요. 가치판단이나 결정은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예를 들면 자율 주행을 할 때 앞에 차가 있으면 속도를 늦출지 추월할지 결정을 하는 거지 기계가 알아서 추월할지 (결정하는) 그런 거는 못하는 거죠. 그건 어떤 식으로든지 사람이 (의사를) 줘야 하는 부분이죠.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하지 않고 하는 일들이에요. 기술이 발전하면서 ‘격차, 불평등을 더 만들 거냐 더 줄일 거냐’에 대해 갑론을박이 많은데, 굉장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봐요. 여차하면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어요. 근데 그것은 우리가 해결할 건 아니고 법, 정치, 하다못해 목사님이. 사회에 계속해서 경고신호를 주고. 과학자(Scientist)들은 가치에 대해 판단을 할 수 없어요. ‘왜 이걸 만들었나요?’라고 과학자한테 물어보면 ‘Because I can’, 이게 대답이에요. 인류의 행복 이런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으니까. 전 세계에서 내가 가장 먼저 했다는 것이 충분한 이유가 될 거예요. 물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겠죠? 가치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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