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 년간 결혼하지 않은 청년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했다. 과거에는 이런 청년들을 미혼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미혼이라는 단어가 ‘결혼이란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인데 아직 하지 않은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후 ‘비혼’이라는 말이 새롭게 쓰이고 있다. 국립국어원의 참여형 사전 ‘우리말샘’에 따르면 비혼은 ‘결혼하지 않음 또는 그런 사람’을 뜻하는 말로, 미혼보다는 자발적인 의미가 강하다. 육아정책연구소의 분석 ‘연도별 청년층(20~44세) 성 및 연령별 미혼자 비중’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2005년 전체 비중의 41.9%였던 비혼자의 비율이 2015년 53.2%로 늘었고, 2005년 32.6%였던 여성 비혼자 비율은 2015년 42.3%로 증가했다. 왜 점점 더 많은 청년이 비혼을 택하는 걸까?

졸업을 앞둔 대학생 A 씨는 결혼에 관심이 없다. A 씨는 이번에 고향을 방문했다가 곤혹을 치렀다. 부모님이 ‘결혼은 언제 할 거냐’ 물었기 때문이다. A 씨는 부모님께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대답했지만 그게 화근이었다. 아버지의 한숨과 어머니의 탄식이 돌아왔다. 부모님께 서둘러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생각해보겠다’고 둘러대고 방으로 들어가며 생각했다. ‘결혼, 정말 해야 하는 걸까?’
취직에 성공한 회사원 B 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이제 나이가 차 결혼을 해야 하는데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게 되면 결혼식 비용부터 아파트 전세금까지 감당해야 하는데, B 씨의 월급으로는 학자금 대출 상환도 버겁다. 결혼을 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문제들로 결혼을 미루고 있는 B 씨. 오늘도 혼자 사는 원룸에서 즉석밥을 데우며 생각한다. ‘내년엔 결혼할 수 있을까?’

우리가 결혼하지 않으려는 이유

청년들이 비혼을 선택하는 데는 크게 구조적 이유와 개인적인 이유가 있다. 그중 구조적 이유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두드러진다. 2016년 트렌드모니터가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혼 트렌드 관련 인식조사’에 따르면 비혼 선택의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미혼남녀가 증가한 것’이 71.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취업난으로 안정된 직장을 가지기 어려워진 청년들이 경제적 부담감으로 결혼을 기피하는 것이다. 비혼을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동 설문조사에서 미혼남녀 71.8%는 비혼을 ‘사회적 문제로 야기된 하나의 현상’으로 봤다.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이창순 교수의 논문 『한국 사회 비혼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에 따르면 비혼의 주요 요인은 기존의 가부장적 결혼문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회적 경향이다.
구조적 문제 외에 개인적인 가치관이나 신념 때문에 비혼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호정화 교수의 논문 『비혼과 1인 가구 시대의 청년층 결혼 가치관 연구』에 따르면 비혼 1인 가구원은 기혼 가족가구원에 비해 탈전통적인 가족 가치관을 가질 확률이 높았다. 탈전통적인 가족 가치관이란 결혼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거나, 결혼에서 당사자보다 가족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입장을 의미한다. 호 교수는 논문에서 이러한 조사 결과가 비혼 1인 가구와 탈전통적인 가족 가치관과의 상관관계를 증명한다고 밝혔다. 프리랜서 작가인 조주연(서울 39) 씨는 본인의 의지대로 인생을 살고 싶어 비혼을 택했다. 그는 “비혼으로 살면 여행, 이사, 돈 관리 등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결혼하면 의논과 조율이 필요하다”라며 “혼자 산다는 것이 가끔 외로울 수도 있겠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 내릴 수 있는 자유와 결혼을 바꿀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결혼도 비혼도 어려운 청년들

비혼인 사람들 모두가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비혼인 사람 중에는 결혼을 원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결혼을 미루는 결혼 연기자도 포함된다. 이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비혼을 선택하게 된 경우다. 한동대 글로벌리더십학부 김창욱 교수는 “한국사회에서는 비혼이라고 말하는 젊은이들을 마치 결혼에 반대하는 것처럼(반혼) 생각을 하는데 실제로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질문하면 결혼이 실제로 우리 삶에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압도적으로 낮다”라며 “기사를 살펴봐도 비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이 경제적 어려움, 높은 주거비용, 자녀양육비, 미혼남녀의 취업난이다. 즉, 비혼이라고 하면 흔히 젊은 사람들이 굉장히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기 때문에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한국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는 젊은이들로 하여금 결혼을 감당할 수 없게 만드는 사회적인 구조에 있다”라고 말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청년 미혼자 1,0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혼에 대한 인식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2.7%가 신혼부부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결혼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다고 응답했다. 청년 일자리 대책에서는 68.8%의 응답자가 청년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이 결혼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고 대답했다.
개인적인 가치관을 이유로 비혼을 택했다고 해도 비혼 1인 가구로 한국 사회를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일반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7.2%로 가장 높다. 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건 결혼을 하지 않은 30대(18.3%) 1인 가구다. 이렇게 1인 가구의 수가 일반 가구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함에도 정부의 정책은 여전히 다인 가족에 머물러있다. 논문 『1인 가구 지원에 관한 헌법적 고찰』의 저자 장민선 씨는 1인 가구의 기본권이 보장되기 위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논문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주거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국민임대주책 등 공공주택의 수요가 높다. 그러나 국민임대주택의 입주대상자는 무주택기간, 부양가족수, 입주자저축 가입기간에 따라 청약가산점을 부여하는 형식으로 결정된다. 장 씨는 부양가족수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하는 정책은 1인 가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공주택청약 뿐만 아니라, 부양의 책임을 가족에게 지우는 부양의무자제도 또한 혼자 사는 비혼 1인 가구에게 불평등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비혼 1인 가구의 경우 부양의무자에 해당하는 가족이 있다 하더라도 따로 생활하기 때문에 부양의무자로부터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고, 부양의무자가 일정 재산을 가진 경우 기초생활 수급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결혼이란

2009년 본지가 실시한 결혼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설문에 참여한 1,188명 중 73%(865명)가 ‘결혼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예 혹은 이미 했다’라고 대답했다(본지 130호 5면 참조). 그렇다면 8년이 지난 지금 한동인은 결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심하영(상담사회 13) 학우는 독신의 은사가 있는 경우 외에는 결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에젤가정학회에 소속된 조순(상담사회 14) 학우는 자신과 가치관이 맞는 사람을 찾는다면 결혼을 할 의향이 있다. 이홍비(언론정보 15) 학우는 결혼이 굳이 필요한 것 같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혼에 대해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진 세 명의 학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결혼에 관한 한동인들의 생각을 물었다. 왼쪽부터 조순(상담사회 14), 이홍비(언론정보 15), 심하영(상담사회 13) 학우. choiyh@hgupress.com

Q 결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심하영(이하 심): 저는 좀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인데요. 독신의 은사를 받은 사람을 제외하고 결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에요.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신 후,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는 명령을 주셨기 때문인데요. 이 말씀에 순종하는 방법은 결혼 이외에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나님께서 알려주신 방법이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는 것 한 가지뿐이니까요. 그리고 결혼이라는 것이 하나님과 가까워질 수 있는, 하나님이 어떻게 삼위일체이신지를 알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결혼을 통해 신앙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하나님을 더 알아 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조순(이하 조): 저도 학우님 의견에 동의하는 입장이고. 결혼이라는 어떤 관계 속에서 배울 수 있는 건 되게 많다고 생각하고 있고. 근데 ‘필요하다’, ‘필요하지 않다’라고 말하기가 되게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사회복지를 공부하다 보면 법적 부부냐 아니냐 혹은 가족의 형태가 어떠냐에 대한 가치판단을 되도록 하지 않아요. 그렇게 생각해 버릇해서 그런지 이 사람의 결혼에 대해 어떻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운데. 확실히 결혼 안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게 굉장히 많고 그 결혼 틀 안에서 우리에게 있는 다양한 욕구가 충분히 안전하게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는 생각해요.

이홍비(이하 이): 굳이 필요로 따지자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결혼이라는 게 결국 사회적 약속이고 둘이 살게 됐다 가족의 기본단위가 되는 건데, 가족의 기본 단위라든가 가족의 구성이 굉장히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저는 굳이 사회적인 제도인 결혼, 서류 제출하고 이런 절차 없이 둘이 약속해서 살아도 된다고 동의하지만 결국에는 혼자 사는 것도 본인이 선택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필요로 따지자면 필요하지 않다라고 보는 것 같아요. 학우님이 말씀하신 대로 결혼이라는 관계는 특별한 거고, 그 관계 안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정말 많지만 반대로 혼자가 더 편한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결혼관계를 뛰어넘어서 다른 가정의 형태를 이루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필요로 따지자면 그렇습니다.

Q 결혼을 하고 싶은지?

: 저는 사람에 따라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있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약에 남자친구가 없는 상태고 앞으로 결혼 여부를 정해야 한다면 결혼을 하지 않는 쪽으로. 필요(need)를 못 느끼는 것 같아요. 충분히 혼자서든 누구랑 살든 친구랑 살든 부모님이랑 살든 재미있을 것 같고. 굳이 하고 싶어서, 결혼에 필요를 느끼고 원해서 찾거나 그럴 것 같진 않습니다.

: 저는 하고 싶어요. 저는 4학년이다 보니 주변에서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의 결혼 소식이 종종 들려오잖아요. 그러면 친구들하고 결혼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누게 되는데, 그러면서 저는 걱정이 있을 수 있지만 엄청 기대가 되거든요. 저는 하나님이 이 세상을 살게 해주신 건 선물인데 그 선물을 최대한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많이 누리고 싶거든요.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한 이 세상을 얼마나 아름답게 지으셨는지 보고 싶고 듣고 싶고 느끼고 싶은데, 그중에 가장 크고 기대되는 것이 결혼이라고 저는 받아들이고 있어요. 결혼을 했을 때 느끼게 될 수 있는 많은 새로운 것들과 여러 사랑과 감정들 또 그런 관계들 이런 것에 대해 기대감이 있어요.

: 사실 저도 하고는 싶어요. 어렸을 때는 독신주의자였어요. 결혼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굉장히 많았죠. 지금은 결혼과 가정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많이 해서 저도 가정을 이루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결혼을 위한 결혼은 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자아실현을 하는 이 선 안에서 저와 같은 길을 함께 걸어갈 사람을 만다면 그땐 결혼하겠지만, 굳이 나의 길과 같이 걸어가는 사람이 없다면 안 할 것 같아요. 결혼하기 위해 안달복달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아요. 왜냐면 제가 지금 있는 곳에서 사는 이 삶도 제게 의미 있기(meaningful) 때문에. 굳이 다른 사람을 동참하라고 독려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내가 하는 일에 내가 있는 위치에서 자연스럽게 사는데 그 생활 반경에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비슷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거나 같은 목적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때는 결혼을 해도 되겠다. 그치만 결혼을 해야 돼 같은 어떤 의무나 책임, 딸로서의 책임, 그런 것 때문에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일반 가구: 가족으로 이뤄진 가구 또는 5인 이하 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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