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진
(ICT 16)

지난 4월 27일 오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판문점 북쪽에 위치한 판문각의 문에서 나와 군사분계선 앞에 서서 우리나라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한국 측으로 넘어와 남북정상회담을 시작하였다.
이날, 남북한 정상은 오전과 오후에 걸친 회담을 하였고, 이후 김정은이 평양에서부터 가져온 옥류관 냉면을 먹으며 부부 만찬을 진행하였다. 또한, 이러한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남북한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였다.
이번 회담은 무려 11년 만에 이뤄진 남북한 정상 간의 만남이라는 것에도 의의가 있으나, 이날의 합의는 우리나라에 더욱 큰 의미를 선사한다.
1990년대 소련이 몰락하며 북한은 고난의 행군 시기를 지남과 동시에, 서방국가의 제재를 동시에 받으면서 경제적으로 큰 후퇴를 겪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라 전체의 시스템을 개조하였고, 군을 최우선시하는 선군사상으로 물들였다. 그와 동시에 북한은 핵실험을 꾸준히 해오며 핵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이전 정부들의 남북합의와 대북정책은 북한의 핵 개발을 막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번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 정상은 한반도 전체에 완전히 핵을 없애자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합의를 하였고, 이는 우리나라, 그리고 전 세계에 큰 변환점을 가져왔다고 바라본다.
다만 이러한 북한의 태도 변화에는 북한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경제력과 자원이 주체사상 교육과 허리띠 졸라매기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김정은의 생각이 배경에 있을 것이다. 또한, 김정은은 자신의 이복형제인 김정남이나, 고모부인 장석택 등 지도부와 백두혈통을 숙청하며 독재국가에서의 권력은 생명 부지를 위한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즉, 김정은은 북한을 정상적인 “보통국가”로서 운영하여 자신이 독재자가 아닌, 한 국가의 정상적인 지도자로 인식되기를 바람과 동시에 자신의 권력 안위를 지킬 수 있는 자본과 자원을 얻어내고자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것이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것이 외교이고, 협상이다. 김정은은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을 정상국가의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으며, 한국은 북한으로 인해 생긴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결할 수 있고, 미국은 자신들이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북한에 대한 개혁개방을 추진하여 자신의 발밑에 놓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합의에는 신뢰가 중요시된다. 6.15 남북 공동 선언과 10.4 남북 공동 선언도 선언문을 기반으로 하면 남북교류가 진작 돼야 했었다. 하지만 당시 세계정세, 그리고 국내정세가 바뀌면서 이러한 합의를 이행시키지 못하였고, 비난의 화살은 외교적으로 고립된 북한에게 쏟아졌다. 이번 4.27 남북정상회담 중,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도보다리 위에서 나눈 30여 분간의 이야기를 생중계한 것은 김정은이 대화가 되는 지도자라는 점을 전 세계에 어필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조치라고 본다.
벌써 평화의 시대가 왔다고 확언하기는 이르다. 그리고 아직 해결해야 할 사항도, 북한이 우리에게 끼친 피해에 관해 이야기할 것도 많다. 하지만 최소한 북한이 협상테이블에 앉아서 대화를 풀어갈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을 우리가 모두 확인하지 않았는가? 이제 북한이 합의를 잘 이행할 때, 우리나라가 그리고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경제제재 해제조치 및 공식 수교 등에 대한 솔루션을 알맞게 제시하고, 또 북한이 이에 순응하며 상호 신뢰를 쌓게 된다면 한반도에 완전한 평화가 찾아올 날이 머지않았음을 직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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