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13 최용훈

시대가 변함에 따라 사람들의 사회적 의식이 바뀌었고, 그에 따라 여러 법에 대한 법감정 또한 변모했다. 2015년에 있었던 간통죄 위헌판결이 그것을 대표한다. 최근에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무죄판결이 나면서 또 하나의 예시가 됐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논쟁은 꽤나 해묵은 문제였다. 1939년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시작됐고, 2000년대 들어서 공론화되어 현재까지 이어졌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국민 다수의 정서와 가치관에 반하는 것이었으며, 병역법상 죄였다. 하지만 시대 상황이 변함에 따라 국민의 정서와 가치관이 바뀌었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 칭송하고 병역을 기피하는 자들을 힐난하던 과거와 달리, 남북이 평화적 교류를 시도하는 이 시대에, 안보는 구시대적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시대 상황에 따라 법감정이 변모함을 고려했을 때, 이번 무죄판결은 안보의 중요성을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판단하는 다수 국민의 의식이 반영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은 판결이유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국방의 의무를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양심적 이유로 집총 및 군사훈련을 거부하는 것’이라 밝혔다. 또한, 우리나라의 국방력, 경제력 등을 고려했을 때,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한다고 해도 국토방위를 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지 않을 것이라 하였다. 국토방위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형평성의 이유로 만성적인 군 사기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를 병역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는 한에서 적절히 설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방부는 지난 14일, 이들에 대한 대체복무 제도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기간에 있어서는 27개월과 36개월, 기관으로는 교정시설과 소방서를 고려하고 있으나, 36개월간 교정시설에서 대체복무를 하는 안이 가장 유력하다고 한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서 대체복무 기간이 현역의 1.5배 이상인 회원국들에게 징벌적이라고 지적 해왔음을 바탕으로 36개월이라는 기간이 징벌적이라고 비판하는 시선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시선은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시선이다. 대체복무에 대해 형평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따라서, 36개월 정도로 설정하는 것은 징벌적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라 이해해야 옳다. 혹자는 이를 군복무 환경을 개선하여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하나, 군복무 환경이 아무리 좋아진다고 하여도, 같은 혹은 비슷하게 긴 기간이라면 누구라도 대체복무를 선택할 것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하게 됐다는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는 상황을 우리는 자주 경험했으며, 대체복무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의무경찰의 경쟁률은 매년 하늘을 찌른다.

앞서 유엔의 예시를 바탕으로 36개월이라는 기간이 징벌적이라고 비판하는 시선이 존재한다고 했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는 우리나라의 상황 및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냉전국가다. 최근 북한과의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는 하나, 수십 년간 지속된 대립상황을 뒤로하고 병역 형평성에 대한 문제를 발생시키기엔 시기상조이다. 조금 더 평화국면이 정착되었을 때 현역병 복무기간 추가단축과 동시에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기간 또한 단축하더라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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