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이다. 아침을 맞이할 때 느껴지는 향긋한 꽃내음에서 계절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 올해도 잔인하리만큼 아름다운 봄이 돌아온 것이다. 새롭게 피어오르는 꽃과 싹이 주는 기쁨을 만끽하기도 모자란 계절, 여전히 가슴 한구석 먹먹한 그리움을 간직한 이들이 있다. 그날에 대한 기억의 흔적은 2014년 자식을 잃은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한 많은 이의 가슴 속에 남아있다. 한동대 학생들 또한 그날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품고 기억의 발자취를 남겨왔다. 빠르게 흘러가는 각자의 일상 속에서 함께 기억하고, 애도하고, 다짐했던 한동의 지난날을 기록해보려 한다.

 

세월호 참사, 그해 한동인의 추모 활동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참사 이후 한동대 학생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애도의 목소리를 높였다. 제19대 총학생회 ‘한바탕’은 2014년 5월 22일부터 이주간 교내에서 ‘슬픔은 잊고, 슬픔을 잇겠습니다’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해당 행사는 ▲직업윤리의식 부재 ▲언론의 실태 ▲잘못된 SNS 이용 ▲안전불감증이라는 네 개의 주제를 가지고 진행됐다. 행사는 교수 좌담회와 강사 초청 강연, 만평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됐다. 해당 행사에서 직업윤리의식에 대한 특강을 진행했던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신성만 교수는 “책임 있는 직업관을 가지는 것이 윤리적 차원에서 대단히 중요하며, (윤리의식의 결여가) 세월호와 같은 비극을 가져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2014년 10월 30일, 한동대 독립언론 ‘*당나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제목으로 세월호 유가족 초청 간담회를 가졌다. 해당 행사는 정현종 시인의 시 ‘섬’을 모티브로 삼았다. 당나귀 측은 교내정보사이트 히즈넷(HISNet)에 세월호 참사를 공론화해 의견을 나눔을 통해 사건을 둘러싼 슬픔의 섬에 닿아 보고자 행사를 주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1부에서는 故 유예은 학생의 어머니와 故 고우재 학생의 아버지를 초청해 4월 16일 이후의 타임라인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부에서는 ‘한동, 세월호를 논하다’를 주제로 *세월호 특별법, 언론참사 등 당시 첨예했던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당나귀 일원이었던 임성현(언론정보 09) 씨는 “간담회를 통해 세월호에 대해 더욱 직접적으로 감각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교내에서 세월호에 대한 인식과 공유가 이루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2015년 이후 지속된 교내 추모 모임

 

‘세월호를 기억하는 한동인 모임(이하 세한모)’은 지난 2015년 결성된 교내 세월호 추모 모임이다. 세한모는 결성 이후, 매 주기마다 다양한 추모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15년 모임 결성 당시, 세한모는 교내에 ‘노란 리본 공작소’를 만들어 학생과 리본을 나눴다.  

같은 해 4월 30일,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라는 제목으로 추모 예배와 유가족 좌담회가 열렸다. *마구간 프로젝트팀과 제20대 총학생회 ‘더:하기’가 공동으로 주최한 해당 행사에는 故 이창현 학생의 어머니 최순화 씨와 故 유예은 학생의 어머니 박은희 씨가 참석했다. 행사의 사회를 맡았던 최경준(법 12) 씨는 세한모의 일원으로서, “슬픔 앞에 무기력해지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배웠고, 함께 할 때 슬픔의 무게가 줄어들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해당 행사에서 최순화 씨는 1년 뒤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거리에 함께 나와줄 수 있겠냐고 물었고, 그곳에 자리했던 많은 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교내에서는 ▲펜통 ▲416 가족협의회 ▲대한민국 만화인 행동 등에서 제작한 세월호 추모 작품 전시회가 열렸다.

 

마음을 모아 건네는 위로

 

2016년 세한모는 버스를 대절해 38명의 학생과 함께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식에 참석했다. 해당 기억식에 참가한 최경준 씨는 “한동인들을 반겨주시는 유가족분들의 표정에서 ‘함께’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같은 해 세한모는 4월 11일부터 15일까지 학생회관 대형 룸에 ‘기억의 방’을 마련하고, 오석관 일 층 영상정보실에서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를 상영했다. 또한, 팽목항에 임시 거주하는 유가족에게 후원금을 전달하고자 ‘마이 보틀’(My Bottle)을 주문 제작해 판매하는 자선 행사를 진행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4월 14일부터 6월 2일에는 김초원 교사, 이지혜 교사의 순직 인정을 위한 서명 운동을 진행됐다.

2017년에는 ‘세월호 기억 엽서 만들기’ 행사를 통해 세월호 피해자, 미수습자, 유가족 등 애도를 표하는 이들에게 부치고 싶은 엽서를 작성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또한, 오석관과 학생회관 사이를 이어주는 길에 노란 리본 묶기, 세월호와 관련한 시 전시 등을 진행했다.

2018년에는 한동대 내에 세월호 참사 관련 작은 전시 및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추모 공간 내에 리본끈을 마련해 참여자가 리본을 직접 묶을 수 있도록 했으며, 학관 이 층에 위치한 중구난방에서 세월호 참사를 기리는 노래들을 재생했다. 2017, 2018년도에 세한모에서 활동한 김도해(국제어문 14) 씨는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에 대해 2018년도 활동을 꼽으며, “우울할 수 있었던 (자신의) 마음을 많이 달래 줬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동에 이는 추모의 물결을 따라가다 – ‘세월호를 기억하는 한동인’ 모임 학생 인터뷰

 

유희애(언론정보 15) 씨는 2017, 2018년도에 세월호를 기억하는 한동인 모임에서 활동했다. 그가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모임에서 진행하는 활동에 담긴 그날의 기억을 되짚어보자.

 

Q 세월호를 기억하는 한동인 모임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유희애(이하 유): 세월호 사건이 있었던 당시 제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제대로 슬퍼할 수가 없었어요. 그 당시에는 제 앞에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15년도부터 대학을 와서 생각해보면서 부끄럽기도 했고 이제는 내가 정말 목소리를 내고 울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Q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데, 활동에 필요한 자금은 어떻게 마련되나요?

 

유: 모금 운동도 했었고, 참여하는 학생들이 조금씩 십시일반으로 모아가지고 진행을 했던 것 같아요.

 

Q 세월호 5주기가 가까워지고 있는데, 주기마다 준비하는 인원은 따로 있는 건가요?

 

유: 해당 연도의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긴 하는데, 세월호를 기억하는 한동인 모임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지를 올려서 그때그때 필요한 인원을 모집을 했었어요. 활동을 하는 인원이 고정적으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시기에 따라서 활동이 가능한 사람들이 같이 모여서 하고, 페이스북 관리하시는 분들, 혹은 기존에 참여하셨던 분들이 주변의 지인들을 연결해서 모임 활동이 지속이 되는 것 같아요.

 

Q 18년도 모임에서 진행했던 전시회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유: 전시회 때는 배의 인양 과정에서부터 시작해서 사건이 일어났던 타임라인을 정리를 해서 붙이고, 학생들의 글이나 어디서 발견한 글 중에 ‘아, 이 글은 전시했으면 좋겠다’ 싶은 글들을 전시했던 걸로 기억해요. 또 당시에 중학교에서 멘토링 하던 언니가 있었는데 중학생 친구들이 그림을 그려서 보내주겠다 해서 그 그림도 전시를 했었어요. 언니가 중학생 학생들한테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를 하셨는데 너무 좋다고 해서 할 수 있었죠.

 

Q 세월호를 기억하는 한동인 모임이 15년도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이어져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유: 사람들이 계속해서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결성 전에는 사실 조금 걱정이 되지만 막상 결성을 했을 때는 많은 분들이 와주시고 관심도 가져주시고 해서 정말 그렇게 기억하는 사람들이 계속 이어져 나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억 해야겠다는 다짐 하에 이날에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사람들이 계속 생기고, 한동 안에서 기억과 목소리들이 존재하고 있어서 이어져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모임에서 활동하면서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이 있으신가요?

 

유: 좋았던 점은 사람들이 모두 다 자기 일처럼 한다는 것이었어요. 다들 자발적으로 오셨으니까 누구 하나 하기 싫거나 빼는 사람 없이 다 너무 열심히 하려는 부분에서 느껴지는 유대감이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단점이 있다면 조직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일하는 데 있어서 분배가 힘들 수 있고, 한 사람이 맡는 일의 양이 많을 수도 있고. 근데 그거를 다 개개인이 기획해서 같이 하는 거기 때문에 또 잘 의지가 되는 것 같아요.  

 

Q ‘세월호를 기억하는 한동인 모임’이란 어떤 공동체인가요?

 

유: 일단 모임에서 활동하는 인원부터 정말 유동적이에요. 모임에 참여하실 분 여쭤봐서 채팅방에 초대하거나, 서로 관심사가 비슷한 지인에게 같이 하자고 하기 때문에 굉장히 말랑한 공동체로서 존재하고 있어요. 회장이나 리더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정말 수평적이고 그날을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들끼리 무언가 하기 위해 모여있는 공동체인지라, 어떤 분들을 또 만나게 될지, 그리고 어떤 일들을 하게 될지에 대해서 저도 기대가 되네요.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웃음) 저도 모임에 짧게 참여했지만 제가 받아들인 모임의 의미는, 여기 한동 안에서 그날을 기억하려고 하는 노력이라고 생각해요. 가만히 지나칠 수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모임이 운영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당나귀: 2017년까지 활동했던 한동대 독립언론.

 

*세월호 특별법: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원인과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대한민국 국회에서 공포한 법률이다.

 

*마구간 프로젝트: 독립언론 당나귀에서 ‘억눌리고 소외되고 갇힌 자들을 돌아본 예수님의 정신’을 따르고자 만든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간담회와 토론회를 비롯한 각종 행사가 진행됐다.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