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참여 총장직선제’가 대학가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몇몇 대학의 총학생회는 직선제 도입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이나 고공 농성을 진행하기도 했다. 기존 사립대는 대부분, 학생이 아닌 법인과 교수 위주로 총장 선출 권리를 분배했었다. 본지는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의 도입 현황과 장단점 등을 살펴봤다.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 바람이 분 2018

 

2018년 한 해 동안 ▲덕성여대 ▲상지대 ▲성신여대 세 개 사립대가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를 도입했다. 사립대 중 18년도 이전에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를 도입한 곳은 이화여대와 조선대 두 개뿐이었다.

18년도 몇몇 대학 총학생회는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동국대 총학생회장은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 도입을 요구하며 37일간 조명탑에서 고공 농성을 벌였다. 한신대 총학생회 또한 고공 농성을 진행했으며, 홍익대와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단식 투쟁에 나섰다. 이 밖에도 원광대, 동덕여대 등이 직선제 도입을 요구했다.

24개 대학 총학생회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는 18년도 3월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는 운동본부를 출범했다. 전대넷은 총장직선제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학교의 사례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홍보하는 글을 올리며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사립대의 총장직선제 시행 비율은 5%

 

각 대학은 어떤 방식을 통해 총장을 선출할까.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국회의원은 18년도 7월 ‘사립대학 총장 선출 실태 전수조사’ 자료를 발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전국 사립대 중 약 72%(99교)는 완전임명제를 통해, 23%(32교)는 간선제를 통해, 5%(7교)는 직선제를 통해 총장을 선출한다.  

‘완전임명제’는 대학 구성원의 참여 없이 학교 법인이 총장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간선제’는 일반 선거인이 중간 선거인을 뽑아 그들로 하여금 총장 선거를 하게 하는 방식이다. 간선제를 운영하는 학교 대부분은 총장 후보자를 추천하는 총장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를 구성한다. 총추위가 후보를 추천하면 이사회는 이 중 한 명을 선택한다. 총장 후보의 득표 순위는 공개되지 않는다. 즉, 이사회는 총장 후보의 득표 순위와 관계 없이 총장을 선출할 수 있다. 박 국회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총추위 위원의 평균 구성 비율은 교수가 약 48%로 가장 높았다. 반면 학생 비율은 약 5%이다.

‘직선제’는 선거인이 직접 선거를 통해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대학의 직선제 운영은 조금 달랐다. 일곱 개 사립대 중 여섯 개 사립대는 직선제를 통해 복수의 후보자를 선출한 뒤, 이사회에서 한 명을 선택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중 두 대학은 총장 후보의 득표 순위가 공개되지 않은 채로 이사회에게 선택권이 넘어간다. 또한 직선제를 운영하는 일곱 개 대학 중 학생도 선거권을 가지는 대학은 세 곳이다. 다른 네 개 대학은 교수에게만 선거권이 있거나, 혹은 교수와 직원에게만 선거권이 있다.  

 

법이 규정한 총장 선출 방식

 

법은 총장 선출의 권리가 누구에게 있다고 말할까. 사립학교법 제 53조는 ‘각급학교의 장은 학교를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경영자가 임용한다’고 규정한다. 현행법상 완전임명제를 통한 총장 선임은 아무 문제없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총장 직선제의 도입이 어려운 이유로 이 같은 법령을 꼽기도 했다.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 도입의 근거

 

학생 참여 총장 직선제는 대학 구성원들의 이해와 요구가 총장 선출에 반영된다는 장점이 있다. ▲교수 ▲직원 ▲학생 중 특정 집단에게만 총장 선출의 권리가 주어진다면, 총장은 해당 집단의 요구를 우선시하게 될 것이다. 이화여대는 17년도 1월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를 도입했다. 이후 열린 이화여대 총장 선거에서 후보자들은 학생 요구안에 대한 답변과 공약을 준비했으며,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김종성 교수는 논문 『국립대학 총장의 선임제도에 관한 연구』를 통해 총장직선제는 유권자의 의사를 잘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의 도입을 통해 학생들의 요구가 대학 운영에 더욱 반영되게 함으로써, *교육비 환원율을 증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학재정알리미의 자료에 따르면, 학생들의 등록금이 사립대 운영수입총액의 약 59%를 차지한다. 홍익대 총학생회장은 법인이 택한 과거의 총장들로 인해 전국 사립대 평균보다 낮은 교육비 환원율과 전임교원 확보율로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경북대학교 법학부 조홍석 교수는 논문 『대학자치와 국립대학 총장 선출방식』을 통해 대학의 핵심적 주체는 교수이며, 학생도 교수의 학문연구의 동반자 내지 교육의 상대방이 된다는 점에서 대학 자치의 주체라고 밝혔다. 이어 조 교수는 총장이 대학을 대표한다는 것은 대학의 구성원을 대표한다는 의미를 갖는 것이고, 따라서 자신의 대표자를 대학의 구성원이 선출하여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라고 주장한다.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 도입의 우려

 

일각에서는 직선제가 극단적인 *포퓰리즘을 야기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한다. 포퓰리즘의 대표적 현상은 표를 얻기 위해 실효성 없는 공약들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화여대 교수평의회 이선희 의장은 ‘교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직선제의 우려로 “직선제는 실현성 없는 정책 공약으로 기대를 높여 놓고 이를 실행하지 않아 구성원들에게 실망감을 주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라고 말했다.

투표율이 낮을 경우 대표성 논란이 불거진다는 우려도 있다. 이화여대 이 의장은 “모든 구성원들이 똑같은 책임감을 갖고 후보를 탐색하지는 않는 것도 직선제의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17년도 총장 선출 제도의 개선 당시, 이러한 직선제의 우려를 고려해 직선제를 도입하는 대신 간선제를 보완했었다. 당시 서울대는 총장 선출 과정에 이사회의 권한을 낮추고, 교수와 재학생의 권한을 높이는 변화를 주었다. 또한, 총추위에서 나온 총장 후보의 득표 순위를 공개하기로 변경했다.

이외에도 선거 과열로 인해 대학 내 파벌과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간선제에 비해 선거관리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직선제의 단점이다.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 우려의 보완책

 

온라인 선거는 선거 과열 예방, 투표 비용 감소의 효과가 있다. 이화여대는 후보자의 정책토론회 등 자료를 모두 디지털화해 투표자가 후보자의 공약 등 선거 자료를 비교·검토할 수 있게 했다. 이화여대 이 의장은 온라인으로 선거 운동을 진행함으로써 이성적이고 차분하게 선거 운동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또한 온라인 투표는 선거관리 비용이 많이 든다는 직선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후보자에 대한 사전 점검은 포퓰리즘의 야기를 예방할 수 있다. 충남대 김 교수는 논문 『국립대학 총장의 선임제도에 관한 연구』를 통해 총장 후보의 전문성과 능력을 충분하고 세밀하게 검증한다는 의미에서 직접투표에 앞서 사전적인 심사를 통해 후보를 1차적으로 압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규정했다.

한편, 총장 선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총장 선출의 방식이 아닌 다른 것에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화여대 이 의장은 총장이 누구인가에 대한 문제보다는 선거 이후에 총장에 대한 지속적인 견제·감시 장치를 작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교육연구소’의 관계자는 ‘대학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선출 제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대학 내에서 구성원들의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라고 말했다.

 

*교육비 환원율: 학생이 내는 등록금에 비해 학생에게 얼마나 많은 교육비가 쓰이는지 나타내는 지표.

*포퓰리즘: 확고한 정책적 가치관 또는 정책의 합리성ㆍ경제성 등의 기준 없이 상황이나 민중의 뜻에 따라 정책을 펴는 정치행태.

 

 

 

성신여대 고희선 총학생회장 인터뷰

 

성신여대는 18년도 3월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를 도입했다. 성신여대 학생들은 새롭게 바뀐 총장 선출 방식과 새로 선출된 총장에 대해 만족하고 있을까. 성신여대 제32대 ‘징검다리’ 고희선 총학생회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Q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 도입의 필요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고희선 회장(이하 고 회장): 학생은 학교의 주요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총장 선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학생들의 등록금은 학교 운영에 있어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직선제가 도입되면 총장이 학교 운영에 있어서 교수/ 학생/ 교직원/ 동문 등 다양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으려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는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가 도입된 이후로 많은 부분에서 학교 운영의 정상화가 이뤄졌다. 직선제 도입 이전에는 학교 운영에 있어서 일부 이사회 임원들과 교수들 간 유착이 있었지만, 직선제 도입 이후로 총장이 학교 운영에 있어서 학생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이른바 ‘학생 무서운 줄 아는 총장’의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Q 직선제가 도입된 후 총장이 학생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신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인 사례가 있나

고 회장: 우선 총장과 학생과의 만남이 잦아졌다. 기존에는 총학생회를 포함한 학생단체가 총장을 직접 만나기 어려웠다. 그런데 저는 작년에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총장을 많이 만났었다. 다소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흔쾌히 만나주신다. 총학생회가 내세운 공약 중에 총장과 총학생회 간 월례 만남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신다. 또한 학교 운영에 있어서 학생들의 의견을 중시한다. 일례로 교내 샤워실 시설 개선에 대한 총학생회의 건의가 있었는데, 학교 측에서 그날 바로 조사에 착수한 후 리모델링을 진행한 적이 있다. 기숙사 신축 같은 사업을 진행할 때에는, 학생들에게 사업 진행 상황을 매달 공지하기도 한다.

 

Q 총장직선제가 도입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고 회장: 총장직선제에 대한 학생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저희 학교 같은 경우, 16년도에 각종 비리 의혹이 일던 당시 총장을 해임하기 위해 총학생회 측에서 2번의 비상총회를 개최했는데, 당시 전교생의 20%가 참여했다고 알고 있다. 또한 총장 퇴진 운동에 대한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학교 측에 많은 압박을 넣었다고 생각한다. 해임을 각오하고 당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한 교수들의 행동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Q 총장 선출에 있어서 학생 투표 반영 비율이 9%이다. 이 비율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고 회장: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상지대의 학생 투표 반영 비율이 22%라고 알고 있는데, 그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선진적인 투표를 위해 학생들이 가져야 할 자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고 회장: 가장 중요한 것은 투표 참여인 것 같다. 무효표를 던지더라도, 투표에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왕이면 총장 후보자들의 공약을 찾아보고, 후보들의 평판에 대해 알아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총장 후보자 토론회에 참여하는 것을 통해,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 총장 후보자들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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