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포항 양덕동 P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아파트의 매일 아침은 정말 기분 좋고 행복하게 시작이 됩니다. 바로 엘리베이터에서 시작됩니다. 16층에서 타는 엘리베이터에는 이미 22층부터 타고 내려오는 아이들과 엄마들 그리고 중학생들로 북적입니다. 출근, 등교 시간이 비슷하니까요. 문이 열리자마자 아이들의 ‘안녕하세요!!! 외침으로 쩌렁쩌렁합니다. 저도 아이들에게 안녕!! 학교 가는구나. 공부 잘하지? 그리고 엄마들과 안녕하세요 일찍 나가시네요를 주고받고 아이들의 종알거림을 들으며 한껏 웃으며 내려갑니다. 10층에서 고등학생쯤 되는 아이가 또 탑니다. 안녕! 안녕하세요? 키가 엄청 커졌다! 170도 훨씬 넘겠는데?  7층에서 또 엘리베이터가 멈춥니다. 이미 만원이라 한의사 선생님은 탈 수가 없어요. 뒤로 좀 물립시다. 아니에요. 저는 다음 것 탈게요. 아니에요. 타세요. 갈 수 있어요. 거봐요. 다 탈 수 있다니까? 와 오늘은 일제히 움직이나 봐요? 개강했잖아요. 팅~~ 1층!. 아이들은 쏜 살같이 뛰어나가며 안녕히 가세요!!! 엄마들도 안녕히 가세요. 네 안녕히 가세요. 쉬지 않고 인사하며 제 차에 올라탑니다.

매일 반복하는 아침의 엘리베이터지만 지겹지도 않고 다들 싱글벙글합니다. 저도 기분 좋아서 차에 시동을 힘차게 윙 하고 걸고 학교로 갑니다. 방학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동일하지만 출연진만 조금씩 바뀌고 모든 상황, 액션, 사운드 이펙트, 분위기가 동일한데도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매일 신난다는 것이 참 놀라운 아침 시퀀스입니다.

N 건물 주차장에 간신히 차를 주차하고 서쪽 문을 통해 1층 복도로 걸어갑니다. 5~6명의 학생이 걸어오는데 다들 엄청 바쁜지 바로 앞에 제가 걸어오는 게 분명히 보일 터인데 마치 투명 인간을 지나가듯 그냥 멀리 바라보며 슉 지나갑니다. 또 몇명의 학생들이 핸드폰을 보면서 걸어오다가 앞에 물체를 휙 보고 옆으로 살짝 비켜가며 그냥 지나갑니다. 이 학생들은 같은 아파트 주민이 아님을 확인하고 절대 인사하지 않는 교육을 부모에게 받은 듯합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아는 척도 하지 말고 말 걸어와도 절대 대답하지 말라는 유치원때 어머니의 신신당부를 절대 잊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엘리베이터앞에 섰습니다. 버튼 옆에 ‘장애학우를 위한 엘리베이터이니 짐을 운반하는 경우가 아니면 사용을 금합니다.’ 라고 써 있습니다. 그런데 문장이 안됩니다. 이 문장대로라면 장애학우는 짐과 같다는 말인가? 제 기억으로는 몇 년전 장애학우 딱1명이 한동에 휠체어를 타고 다닌 적이 있지만 제가 알기로 그 학생은 졸업을 했던지 학교를 그만 두었는지 몇 년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이제는 화물 수송 엘리베이터로만 사용되나? 아무도 그 경고문이 문법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그리고 윤리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 서 있습니다. 제가 아이디어를 낸다면 재미난 일러스트를 곁들여서 튼튼한 다리를 갖고 싶은 학생들은 계단을 운동삼아 걸어가세요. 체중 60KG학생이 4층까지 왕복 50칼로리, 70KG 학생은 왕복 80칼로리 소비 가능. 점심에 라면도 가능함. 뭐 이런 광고 안내문을(짐 이야기 대신) 만들어 부치고 싶습니다.

4층에서 내려온 엘리베이터가 팅 하고 1층에 도착합니다. 저를 포함한 10여명의 학생들이 엘리베이터에 탑니다. 아침에 탔던 아파트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계속 저와 눈 마주치면 인사를 하는게 싫었는지 땅만 보고 있던 학생들이 엘리베이터에 타자 마자 핸드폰을 꺼내서 무언가 현란한 손가락 움직임으로 화면을 확대했다 축소했다 합니다. 궁금해서 화면을 보니 새로운 카톡 메시지도 하나도 없는데 계속 화면을 엄청 빠른 속도로 올렸다가 내렸다가를 기계처럼 반복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찾던 사진을 발견했는지 확대해서 사진의 한쪽 부분을 유심히 보다가 바로 밑으로 또 다른 사진을 찾는 것처럼 합니다. 아마 수업전에 반드시 확인해야하는 어제 먹은 음식 사진이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13-4초면 중간에 내리는 학생만 없으면 4층에 도달합니다. 문이 열리면 학생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사실 뒤를 돌아볼 필요는 없지요.) 자기의 강의실로 달려갑니다. 저도 학생들처럼 달려보고는 싶지만 저는 교수라 조금 늦어도 지각이라고 뭐라할 사람이 없어서 태평하게 걸어갑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속이 상합니다. 우리 아파트의 어린아이들은 그리도 신나게 안녕하세요를 십여 차례 외치고 학교로 가는데 한동의 학생들은 단 한번도 교수에게 안녕하시냐고 인사한번을 안하고 카톡에 인생 모든 걸 걸고 있는 사람처럼 사진만 이리 저리 뒤지다가 엘리베이터를 내린게 좋아선지 마구 뛰어갑니다.

 

‘안녕하세요’라는 문장이 주는 의미는 정말 안녕한지가 궁금해서 하는 말은 아니지요. 엣날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궁금해서 ‘밥 먹었어요? 식사는 하셨어요?’ 라고 묻고 다닌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빈궁해서 정말 궁금해서 물어 본거지요. 요즈음 우리가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는 굶었는지 아침 식사를 했는지의 여부를 묻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상대방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를 우리의 입을 통해 방언처럼 선물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생각과는 상관없이 듣는 사람은 ‘용기를 내’, ‘오늘 잘 될꺼야.’ ‘오늘 발표는 네가 주인공이야’ ‘교수님은 너를 이해하실꺼야’ …. 듣는 사람은 신기하게도 그 방언을 해석할 겁니다. 1995년 개교 이래 한동을 울리던 찌렁찌렁한 인사 방언을 다시 듣고 싶습니다. 매일 저녁 내일 학교가는 것이 기다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안녕하시지요? 사랑합니다. 우리 방언해 봅시다.

언론정보문화학부 강두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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