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람 경영경제 15

한동은 바쁨이 난무하는 곳이다. 하물며 팀의 장을 맡는 자리도 쉽사리 나오지 않는 현황인데, 각 기구의 장을 맡는 자리는 어떠하겠는가. 한동 생활 5년 차, 공적 학생 활동으로는 ‘15년도 축제 팀 울긋불긋’, ‘16년도 총학 캠프 기대’가 전부이다. 흘러갔던 시간을 살며시 들여다보니, 각 기구의 장을 맡고 있던 사람들 중 꽤 많은 분들이 이전에 짧게 했던 공적 활동에서 봤던 분들이다.

학생 정치는 중요하다. 학생들의 생각을 공적으로 모아서 의견을 표출하고, 문제를 찾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활동이다. 공적 학생 활동은 숭고한 일이다. 막대한 기회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동시에 보이지 않는 행진을 해야 한다. 그들의 행진으로 일상의 자그마한 향기가 기분 좋게 풍긴다. 사라질 때까지는 당연시 여겨지는.

행진은 보이지 않지만, 화살은 무수히 날아든다. 그렇다고 화살이 문제랴? 아귀다툼이 아닌 한, 의견은 부딪히기 마련이고, 부딪힘의 역동이 없는 공동체는 썩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고 화살이 아프지 않으랴? 화살의 과녁이라고 해봐야 우리 주변에서 같이 공부하고, 이야기하는 우리의 친구들일 뿐인데.

학생 기구 대표자 출범 관련해서 이런 저런 문제들이 있다고 하는데, 사실, 경제학적 시선으로 바라보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학교 차원에서 팍팍 밀어주어, 학생 기구 대표자 자리를 삐까뻔쩍 하게 만들면 그만이다. 취업 커리어에 도움되고, 재정 지원 빵빵하고, 어느 정도 권력까지 쥐어 주면 된다. 한동 공동체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도 열심히 준비해서 달려들 것이다.

그러나 수십 년이 지나도 그렇게 될 수 없을 뿐더러, 가능하다 해도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저 누군가 마음 있는 사람들이 나타나, 무언가를 알아서 잘 진행해 주기를 바랄 뿐인 것이다. 현실은 그렇다. 마음인 것이다. 마음이 마음으로 전해지고, 그것에 울림을 받아 움직이는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반 걸음이라도 걸치는 학생들이 많아 지길 바란다. 일전에 들꽃의 ‘we-week’ 기간에 오셨던 김민섭 작가님의 말씀이다. 당시의 초점이 학생 정치는 아니였지만, 거칠게 해석했을 때, 현 한동 학생 정치 상황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싶다. 학생 정치를 향해 한 걸음 내딛기 버겁다면, 반 걸음 정도라도 걸쳐보면 어떨까.

이번 학기 무정부 사태를 맞지 않은 게 기적이다. 숭고한 마음으로 헌신의 자리를 택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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