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새봄 생명과학 16

 

 

공항을 벗어나 7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온통 주황빛이 나를 반긴다. 초록빛 풀과 나무가 우거진 우간다의 다른 지역에 비해, 유달리 쿠미는 주황색 흙빛이 가득하다. 사람들은 가물고 척박한 땅에서 농사를 지으며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간다.


이번 여름, 나는 CRAIST90% 학회의 우간다 팀으로 다시 한 번 쿠미를 방문했다. CRAIST 90%는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모여 제3세계 국가와 선교 현장의 실질적인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총체적 복음 기반의 국제 개발 학회이다. 그중 내가 속한 우간다 팀은 쿠미 지역 내 올릴림 마을과 칼라파타 마을의 협동조합 활성화를 통한 지역 경제성장과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도로 파견을 준비하며, 우리 팀은 크라우드 펀딩과 기도 편지, 혹은 지원금을 받는 일에 힘썼다. 대단한 첨단 기술이 아닌 적정기술을 이용해 그곳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우리의 일이지만, 그 또한 금전적인 문제에서 자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모인 돈이 현지에서 쓰일 때는 마음고생이 종종 뒤따랐다. 당연하단 듯이 우리의 지원을 전적으로 요구하는 마을 사람들을 볼 때가 그랬다. 그럴 때마다 주인의식을 부여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과 부분적으로 부담하기로 결정했지만 그 무책임한 태도에 왠지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안타까워하는 나에게 하나님은 말씀을 통해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새롭게 가르쳐주셨다.

베드로가 가로되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것으로 네게 주노니 곧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걸으라 하고’ –행 3:6


어쩌면 그 현장에서 정말 중요했던 것은 단순히 맡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통해 그들의 내면을 변화시키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마음을 열고, 예수의 이름을 알리고, 자연스럽게 그들이 주인의식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도록 돕는 것. 그것이 진정 쿠미가 자립하여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핵심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깨달음과 함께 나는 협동조합에 있는 당장의 일을 해내는 것을 넘어 모든 것을 주관하시고 계획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그분께 온전히 맡겨드릴 다음 파견을 약속했다.


이제는 우리 우간다 팀 모두가 한동에서의 학기를 위해 학교로 돌아왔다. 비록 몸은 한동에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끊임없이 기쁨으로 모여 우간다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쿠미에는 우리가 남기고 간 열정과 사랑 그리고 하나님의 이름이 함께 한다는 사실이며, 그 가치는 지금도 쿠미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믿음이다. 올겨울, 다시 쿠미로 돌아가 더 나아진 그곳을 마주하며 이렇게 인사하고 싶다. Yoga Noi, KUMI(안녕, 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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