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0일, 한동대 커뮤니케이션 학부 ‘COME-ON WEEK’ 오프닝 강연이 개최된 올네이션스 홀에서 고민정 의원의 강연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가 열렸다. 침묵으로 시작된 피켓 시위는 강연을 마치고 돌아가는 고민정 의원과 일부 교수들에게 언성을 높이는 대치 상황으로 이어졌다. 시위자들은 학부모, 총학생회 회장을 비롯한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회, 한동대 재학생 등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시위자들은 일부 외부 교회, 학부모 기도회,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회를 중심으로 별도 조직되었으며, 집회 신청을 하지 않고 시위를 진행했다.

 

강연 시작 전부터 강연 종료 직후까지 진행된 침묵 피켓 시위(사진 촬영: 성지영 기자)
강연 시작 전부터 강연 종료 직후까지 진행된 침묵 피켓 시위(사진 촬영: 성지영 기자)

 

한동대 커뮤니케이션 학부는 '소통'을 주제로 한 ‘COME-ON WEEK’ 오프닝 강연에 고민정 의원(이하 고 의원)을 초청했다. 행사 당일인 11월 20일, 시위자들은 강연이 진행되는 올네이션스홀 앞에서 “지성을 핑계 삼아 비진리를 허용하면 안 됩니다”, “동성애 옹호 교육을 강제하는 평등법 발의자를 거부한다”는 문구의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강연을 마친 후 이동하는 고 의원을 따라가 자동차를 막아 세우며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사람이 기독교 대학에서 강연하는 것이 말이되냐”고 언성을 높였다. 고 의원이 떠난 이후에도 오석관 주차장에 남은 시위자들은 “학부모로서 해당 강연자 선정에 반대한다”고 주장하며 교수협의회 임원단 손화철 교수와 언쟁을 벌였다.

 

고민정 의원이 탑승한 자동차를 막아서는 시위자들(사진 촬영: 서주희 기자)
고민정 의원이 탑승한 자동차를 막아서는 시위자들(사진 촬영: 서주희 기자)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와 언쟁을 벌이는 학부모 시위자들(사진 촬영: 서주희 기자)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와 언쟁을 벌이는 학부모 시위자들(사진 촬영: 서주희 기자)

 

이번 시위는 고 의원이 2021년 평등법*을 국회에 공동발의한 점을 문제 삼아 발생했다. 고 의원이 한동대에 강연자로 온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 플랫폼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 고 의원의 정치적 행보가 한동대의 건학 이념과 상충한다는 이유로 고 의원의 강연이 열리는 것을 반대한다는 주장을 실은 글이 게재됐다. 이후 에타에서 고 의원을 강연자로 선정한 것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강연 당일 오전,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는 <COME-ON WEEK 오프닝 렉처 강의자 선정에 대한 입장문> 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히즈넷 공지(77808)에 올렸다. 총학은 “강의 주제와 무관하게, 위와 같은 법안(평등법)을 발의한 의원이 하나님의 대학인 한동대에 초청된 것을 용인할 수 없다”며 고 의원의 방문을 반대하는 것을 “정치적 이념의 문제가 아닌 ‘진리와 비진리의 문제’”로 정의했다. 시위에 참여한 김철규 학생회장은 “(해당 강연이) 한동대 건학 이념에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서 총학생회장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거쳐 해당 입장문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김철규 학생회장에 따르면 총학 중앙집행위원회는 입장문을 게재한 뒤 자발적으로 이번 시위에 참여했다.

총학의 입장문 게재 이후 한동대 교수 협의회 임원단은 히즈넷 공지(77824)에 강연 관련 호소문을 올렸다. 교수 협의회는 총학이 해당 강연을 준비한 커뮤니케이션 학부의 입장을 묻지 않은 채 강경한 표현을 사용하여 입장문을 올린 것에 유감을 표하며 “고 의원을 특강 강사로 초청한 것은 아나운서, 청와대 대변인과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의 소통과 노하우를 들으려 한 것”이라며 고 의원이 어떤 법안을 발의했는지는 강사 선택에 고려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교수 협의회 임원단은 익명으로 학교와 교수 개인에게 항의 전화를 하는 행위를 멈춰 달라고 요청했다.

현장에서 피켓 시위에 참여한 학부모는 “동성애를 찬성하고 기독교에 반대되는 의견을 개진하는 분이 와서 학생들을 가르치면 학생들이 (그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니까 강연을 막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며 시위 참여 동기를 밝혔다. 앞으로 학교 행사에서 이번과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학부모가 힘을 발휘해서 행사 진행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 협의회 임원단은 호소문을 통해 “학부모님들의 우려를 전해 들었으나, 고민정 의원이 자신의 소통 경험을 공유한다고 해서 그가 특정 이슈에 대해 가진 생각이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기우”라며 한동대를 다양한 생각이 질서 있게 오가는 지성과 교육의 장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한동대 구성원이) 힘을 모을 것을 호소했다.

 

한편, 이번 사안에 대해 학교 구성원 간의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으나 김철규 총학생회장은 "추가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평등법은 더불어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피해를 구제하는 목적을 가진 법안이다. 이에 대해 기독교계에서는 평등법이 ‘동성애를 옹호하는 법안’이라며 강경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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