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 집행부는 학생을 대표하는 기구다. 그중에서도 총학생회장은 전체 한동대학교 학생을 대표해 학생의 의사를 학교 당국에 개진하고 학생의 권익을 보호한다.

이런 대표성을 가진 총학생회장과 몇 년째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외부 인사가 존재한다. 학생정치 내에서 소위 ‘간사’라 불리는 인물이다. 본지 취재 결과 해당 인물은 연세중앙교회 소속 간사이며, ‘전국청년연합 바로서다’(이하 바로서다)의 상임대표직을 맡고 있는 김정희 대표(이하 간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바로서다는 청년 정치인 양성을 목표로 하는 정치단체로 자유민주주의, 제한된 정부, 건강한 가정 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바로서다는 세미나, 행사 개최, 보도자료 배포 등을 통해 차별금지법 반대 등을 주요 담론으로 내세워 왔다.

바로서다는 한동대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길원평 한동대 석좌교수는 바로서다의 고문을 맡고 있고, 김광수 전 23대 총학생회장은 현재 바로서다의 청년이사를 맡고 있다. 이외에도 현 총학생회 WITH의 국장단 일부가 바로서다에 소속돼 있다.

 

前 총학생회장 입장문 속 등장한 ‘간사’... 학생정치 개입 의혹

 

간사의 존재가 학생정치 영역 밖에서 공식적으로 언급된 것은 올해 6월이 처음이다.

2023년 6월 16일 노찬우 27대 총학생회장(이하 노 전 회장)은 ‘제 27대 총학생회 So One(소원) 의혹 제기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작성했다. 입장문에는 앞서 11일 교내 학생회관, 오석관 및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노 전 회장이 횡령과 여론조작을 도모했다고 주장한 내부고발성 대자보에 대한 해명과 반박이 담겼다.

해당 입장문에서 총학생회 선거에 영향을 미친 ‘간사’의 존재도 언급됐다. 노 전 회장은 “(선거 기간에) 캠프 소속 인원으로부터 간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상대 캠프도 만난다기에, 당연히 만나야 하는 줄 알고 식사 자리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어 노 전 회장은 해당 간사가 “특정 정치성향을 가진 정치단체 소속”이며 “특정 정치 성향의 총학생회가 계속 집권해야 함을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노 전 회장 이전에도 간사는 총학생회장 후보자들과 대대로 교류를 이어온 것으로 보인다. 신송우 26대 총학생회장(이하 신 전 회장)은 간사와의 만남에 대해 “(임기 전) 현직 총학생회장이 간사님을 연결해줬다”며 “한동대를 위해 기도해주시는 분이 있는데, 한 번 만나보겠느냐고 물어보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노 전 회장의 입장문과 본지 취재 후 정리된 간사의 학생정치 개입 의혹은 크게 세 가지이다. 2021년 총학생회장 선거 기간의 재정지원 의혹, 선거 낙선자에 대한 바로서다 지부장직 약속 의혹, 그리고 2022년 특정 후보 출마를 위해 총학생회장에게 외압을 행사해 교칙을 개정하고자 했다는 의혹이 그것이다.

 

2021년 울림 vs 소원 : 간사의 재정 지원 의혹

 

의혹은 김철규 현 총학생회장(이하 김 회장)과 노 전 회장이 선거를 준비하던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회장은 기호 1번 울림의 정회장으로, 노 전 회장은 기호 2번 소원의 정회장으로 출마한 상태였다.

선거를 준비하던 노 전 회장은 간사로부터 선거에 필요한 재정을 지원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노 전 회장은 “(간사가) 상대 캠프(울림)에서 재정 지원 요청이 있었는데 우리 캠프(소원) 또한 받겠느냐고 물어봤다”며 “외부의 도움을 받는 건 아닌 것 같아 재정지원을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노 전 회장과 함께 선거를 준비했던 장빛나 전 27대 부총학생회장(이하 장 부회장)도 “(간사가) 공정을 위해 양측 캠프 둘 다 지원해주겠다는 얘기를 꺼냈다”며 말을 보탰다.

다만 김 회장은 간사에게 직접적으로 재정 지원을 요청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간사에게) 선거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직접적인 재정지원 요청이 아닌 해결방안에 대한 도움을 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를 준비하는데 총 400~500만원이 소요”되는데, 이를 개인이 마련하는 것이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이어 김 회장은 “(간사가) 며칠 후 학생정치에 외부의 재정 지원이 있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재정지원을) 거절”했고 “부족한 선거 자금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 개인 사비로 운영”했다고 덧붙였다. 재정 지원에 관한 간사의 태도를 두고 김 회장과 노 전 회장의 발언이 엇갈리는 부분이다.

한편 한동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세칙 제12조 3항에 따르면 선거비용은 300만원으로 제한[1]된다. 선거 비용으로 400~500만원을 지출했다는 김 회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세칙 위반이다.

이에 김 회장은 “공식적으로 지출된 금액이 200만원이고, 나머지는 선거캠프원들에게 간식이나 식사를 대접하는 식으로 사용된 금액”이라며 “선거세칙에서 말하는 선거 비용에 해당 금액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동조 1항에서 선거 비용에 대해 “당해 선거에서 선거운동을 위하여 소요되는 금전, 물품 및 채무, 기부금, 기타 모든 재산상의 가치 있는 것으로 당해 후보자가 부담하는 비용”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각칙으로 정한 바가 없어 “선거운동을 위하여”라는 요건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해석이 필요하다.

실제로 2021년 당시 김 회장이 울림 캠프원에게 기프티콘을 나눠준 일을 두고 세칙 위반에 해당하는지 확인해달라는 요청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된 바 있다.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었던 김성민 씨는 “실제 선거법을 참고하고자 포항 북구 선거관리위원회에 자문했고, 대학교 선거는 교내 세칙에 근거해 결정해야 한다는 답을 받았다”며 “세칙상 문제가 없어 울림 측에 구두 경고 조치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성민 씨는 “선거비용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면, 정해진 금액 내에서 홍보비 같은 필수적인 지출에 제한이 생긴다”며 “홍보와 직접 관련된 비용이 아니라면 선거비용에서 제외하는 것이 당시 중선관위의 결론”이었다고 덧붙였다

신 전 회장은 “선거세칙에 금액 상한선을 정해둔 것은 금권선거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선거운동을 위하여’라는 표현이 포괄적이라면, 세부적으로 무엇이 선거 비용에 해당하는지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간사의 재정 지원에 대해선 “설령 재정지원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건 한 캠프가 거절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2021년 울림 vs 소원 : 낙선인에 정치단체 지부 대표직 약속 의혹

 

간사는 낙선된 캠프에 정치단체 지부 대표를 맡기겠다는 약속도 건넸다. 앞서 언급한 바로서다의 포항지부 대표직이다. 장 부회장은 “(간사가) 바로서다라는 청년정치단체에서 활동하는 것을 제안했다”며 “당선된 팀은 총학생회장으로서 바로서다를 지원하고, 떨어진 캠프는 바로서다의 중직을 맡아 운영하라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정치 관계자 A씨도 “(간사가) 해당 단체를 통해 당시 대통령 선거를 돕게 하고, 이를 수행하면 대통령 후보 명의의 임명장을 수여하겠다고 말했다”며 “비례대표를 추천할 수 있는 권한도 받아올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 회장은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낙선한 후 다음 해인 2022년 상반기 바로서다 포항지부의 지부장을 맡았다. 다만 김 회장은 선거 이전에 지부장직 제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낙선 후에 대표를 맡아 달라는 권유를 받아 지부장을 맡게 된 것”이라며 “포항 지부가 만들어진다는 것도 2022년 초에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초의원 비례 공천신청자 명단 중 일부
기초의원 비례 공천신청자 명단 중 일부

 

김 회장은 간사의 추천으로 국민의힘 경북도당 기초의원 후보에 올라가기도 했다. 2022년 4월 11월 국민의힘 경북도당 홈페이지에 올라온 ‘경북기초의원 공천신청자 명단’을 보면, 포항시 북구 비례후보 명단에 김 회장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비례대표 출마는 김정희 대표의 추천이 있었다”며 “당시 청년 비례대표가 많아지는 추세라 관심이 갔다”고 설명했다.

 

2022년 : 교칙 개정 요구 의혹, “방안 논의했을 뿐” vs “학생 정치 개입한 것”

 

교칙 개정을 위한 외압 행사 의혹은 사실관계가 꽤나 복잡하다.

2022년 당시 김 회장은 초과학기 대상자였는데, 초과학기 대상자는 피선거권이 없다고 인지하고 있었다. ‘일정 학기 수가 넘어가면 자동으로 수료처리 된다’는, 교칙에 대한 오해로부터 비롯된 결과였다. 이에 김 회장의 출마를 위해 간사가 노 전 회장에게 교칙 개정을 요구한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노 전 회장은 “총학생회장 임기 중 (김 회장에게)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며 “만남 30분 전에 ‘간사가 동석해도 되겠느냐’고 의사를 물어 그러자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해당 자리에는 김정희 상임대표, 김광수 23대 총학생회장, 노찬우 27대 총학생회장, 그리고 김철규 현 총학생회장(28대)이 자리했다. 노 전 회장은 “해당 만남에서 (김 회장이) 학칙상 회장이 될 수 없으니, 대학 평의원회를 통해 학칙을 개정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학기 수의 제한을 풀 방법을 강구하던 도중에 학교 교칙을 개정하는 방안이 나왔지만, (교칙 개정은) 운영 위원회에서 교수, 교직원이 논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회장에게 교칙 개정 권한이 없기에 외압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압박보다는 방안을 논의한 것이기에 문제의식은 없었다”며 “‘이 교칙을 개정해줘’라기보단 ‘교칙을 변경할 수 있니’라는 느낌”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밝혔다.

무엇보다 김 회장은 해당 자리에 참석한 것이 ‘감사와 예의’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당시만 해도 회장에 출마할 생각이 없었지만, 차기 회장 후보가 없어 간사님께 선거에 나가 달라는 추천을 받았다”며 “간사님도 서울에서 내려오셨기에 어쩔 수 없이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 전 회장은 “선거 출마를 위해 교칙을 건드리는 방안을 두고 문제의식이 없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리 후보자가 없었다 해도 (교칙 개정 논의는) 명백하게 문제고, 학생 정치에 개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학생회장은 학생을 대표하는 자리이자, 학우들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자리”라며 “김철규 회장이 출마 의사가 없던 상황에서 외부 인사가 출마를 권유하고, 현직 총학생회장까지 불러 교칙 개정을 요구한 것은 외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A씨도 “단순히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총학생회장을 부른다는 것 자체가 웃긴 말”이라면서도 “안건 발의가 되면 대부분 개정이 된다는 것이 포인트”라고 짚었다.

 

‘조언’과 ‘개입’ 사이

 

본지는 외부인의 선거비용 지원 가능성, 학생정치와 기성정치의 연결점, “(특정 후보자가) 회장이 돼야 한다”며 현직 총학생회장에게 교칙 개정에 대한 필요성을 논했음을 확인했다. 본지가 인터뷰한 다수의 학생정치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간사가 ‘한동을 위하는 마음’을 앞세우며 회장들과 관계를 이어왔다고 언급했다.

통상 ‘총학생회’라고 불리는 조직의 본명은 ‘총학생회 집행부’이다. 원칙상 그들은 한동대 학부생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로부터 정초된 대표성을 가진 채로 정책 등을 집행한다. 따라서 사적 관계로부터 비롯된 상호이해가 집행의 영역으로 들어오지는 않는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는 ‘집행부’가 ‘무엇을’ 집행하는지, 그 과정에서 ‘누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를 바라보는 일이기도 하다.

 

*본 보도에서 “학생정치”라는 단어를 “총학생회에의 대의 행위 영역과 그 제반”을 가리키는 협의의 용례로 사용했음을 밝힙니다.

*본지는 관련 제보를 기다립니다.

 

변세현 객원기자 ssonysays@gmail.com

황지민 객원기자 21900820@hando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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